▶전시명: 손묵광 초대전 "피안(彼岸)의 미소"
▶전시기간: 2022.04.20.(수)-2022.05.24.(화)
▶전시장소: 전남대학교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
초대의 글
전남대학교 박물관에서는 우리 문화유산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손묵광 작가를 초대하여 <피안(彼岸)의 미소>전을 개최합니다.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은 불교용어로 ‘이 언덕’과 ‘저 언덕’을 의미합니다. 이 언덕은 고뇌와 불안이 가득한 속세이고, 저 언덕이란 이상을 이룬 땅이자 완전한 소망이 이룩된 땅입니다. 즉 피안은 차안의 번뇌에서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도달하는 경지를 의미합니다.
우리네 마애불의 미소는 부처의 무량한 인자함이라기보다는 이웃과 같은 편안함과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세속적 삶의 번뇌와 풍파가 연상되는 부처의 상은 차안의 세상에서 피안을 열망하는 우리네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마애불은 인간과 자연에 격을 두지 않습니다. 암벽이나 바위에 있는 그대로 마애불을 새기고, 이를 드러내기 위해 자연의 모습을 훼손하거나 변형하지 않은 점은 현대적 의미의 환경조각의 시초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손묵광 작가가 우리나라의 곳곳을 다니며 부처의 미소를 기록한 사진작품을 선보입니다. 그의 작업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작업을 흑백으로 후처리하였다는 점입니다. 흑백사진은 색이 배제되어 순수한 빛 그 자체가 핵심이 됩니다. 이는 돌의 질감마저 만져질 듯 섬세하게 표현되는 효과와 함께 색이 배제된 이미지는 현실과 분리되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적 역할도 수행합니다. 이렇듯 손묵광 작가의 작품이 주는 담담한 정취와 강렬한 콘트라스트는 은은하게 충돌하여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작가는 ‘마애불은 우리 민족의 역사이자 혼이며 종교와 예술의 곳간’이라고 합니다. 자칫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는 다큐멘터리적인 사진에서 느껴지는 숨길 수 없는 우아한 정취는 작가의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마음의 향기일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세상을 보는 시선을 작가의 사진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전남대학교 박물관장 정금희